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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멈춰라, 생각하라 ]/보도

9월 30일 한겨레 기사 소개 ‘오큐파이 코리아’…전세계 진보지식인, 한국을 주목하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605173.html

‘오큐파이 코리아’…전세계 진보지식인, 한국을 주목하다


쌍용자동차 희생자 분향소가 있는 서울 중구 정동 대한문 앞 광장에서 30일 저녁 ‘시로 점령하라’는 제목의 침묵시위가 펼쳐지고 있다. 프랑스 현대철학의 석학 알랭 바디우(앞줄 왼쪽 둘째)와 고은 시인(가운데 모자 쓴 이), 시민 등은 이날 각자 준비한 시집을 읽으며 쌍용차 투쟁에 연대의 뜻을 나타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프 현대철학 석학 알랭 바디우 등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서 침묵시위
작년엔 샌델·지제크도 방문해 격려
올리버 스톤은 강정서 반전메시지

자본주의 모순 첨예한 대립현장서
노동운동과 평화운동의 미래 찾아

* 오큐파이 코리아 : 한국을 점령하라

30일 오후 6시 서울 대한문 앞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 앞에서는 특이한 시위가 벌어졌다. 50여명의 참여자들이 6시가 되자 각자 들고 온 시집을 한 권씩 꺼내들어 읽기 시작했다. 소리는 아무도 내지 않았다. 6시15분이 되자 이들은 처음 눈이 마주치는 사람과 서로 시집을 교환하고 헤어졌다. ‘시로 점령하라’(Occupy with poems)라는 제목의 이 침묵시위에는 프랑스 현대철학의 석학이자 좌파 지식인인 알랭 바디우도 참석했다. 그는 국제 콘퍼런스 ‘멈춰라, 생각하라’ 참석을 위해 지난 25일부터 한국을 방문중이다. 이날 시위에는 같은 콘퍼런스 참석자들인 세실 빈터(프랑스 좌파 지식인·의사), 사로지 기리(인도 델리대 교수) 등과 고은, 진은영, 심보선, 송경동 등의 국내 시인들, 일반 시민들도 참여했다. 바디우는 시위가 끝난 뒤 쌍용차 노동자들과 나눈 대화에서 “대기업의 대량해고 등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세계의 노동자들이 연대해야 한다. 이런 시위가 있을 때마다 전세계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상황과 투쟁을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바디우 등은 이에 앞서 이날 오후에는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가구공단에 있는 공장과 노동자 거주지를 방문하고, 마석 모란공원을 찾아 전태일 열사 등 노동운동·민주화 열사들의 묘지를 참배했다.

외국의 진보적 지식인·예술인들이 한국의 노동운동 현장, 평화운동 현장에 주목하며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급속한 산업화에 이은 신자유주의 체제로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비정규직 확산, 경제적 불평등 등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와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인해 반전운동과 반미운동에도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모순은 ‘쌍용차’로 상징되고 있다. 지난해 7월3일에는 <정의란 무엇인가>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마이클 샌델 미 하버드대 교수가 쌍용차 분향소에 들러 관심을 표명했다. 이 며칠 전인 6월29일에는 슬로베니아 출신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가 이곳에서 분향을 한 뒤, “투쟁을 멈추지 마세요. 그대들이 우리 모두의 희망입니다”라는 문구를 방명록에 남겼다. 이번 콘퍼런스에도 참석한 지제크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1년 전 이 방문에 대해 “그들은 단순히 임금인상 같은 자신들만의 이해관계를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삶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한국은 가장 역동적인 자본주의 모델이다. 모든 전통이 다 황폐화됐다. 다른 나라에서 온 우리들에게는 우리 앞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미리 말해주는 나라다. 그래서 꼭 가야 하는 장소다”라고 말했다.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외국 지식인들의 방문에 대해 “쌍용차 문제가 현대 자본주의의 모순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제 쌍용차는 국내외적으로 꼭 해결해야 할 우리 안의 과제, 일종의 공공의 문제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은 반전·반미운동의 상징이 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플래툰> 등으로 유명한 미국의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 감독이 강정마을을 찾았다. 스톤 감독은 사흘간 제주에 머무르며 강정생명평화대행진 등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에 참여했다. 그는 당시 강연에서 “미국은 엄청난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적을 넘봐야 하는 상황이다. 강정마을의 해군기지는 미군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해군기지가 될 것이다. 여러분은 지금 바로 최전선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미국의 수많은 진보적인 사람들이 항상 제주도의 소식을 듣고 있다. 강정은 한국을 넘어서 전세계적인 도시가 됐다. 여러분의 싸움은 외롭지 않다. 저는 미국의 군사적 확장을 억제하는 이 문제를 더욱더 널리 알리고 여러분들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2011년 7월에는 노엄 촘스키 미 매사추세츠공대 교수, 에드워드 베이커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전 부소장, 조지 카치아피카스 미 웬트워스공대 교수 등 미국 내 진보적 지식인 25명이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제주도에 이지스함을 동반한 전략적 성격의 군사기지가 설치된다면 제주도는 미국의 대중국 전진기지로 활용될 것”이라며 “우리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비폭력 투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해군기지 건설을 즉각 취소할 것을 요구하는 그들의 투쟁에 적극 동참한다”고 밝혔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