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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멈춰라, 생각하라 ]/보도

9월 10일 한겨레 기사- 난장출판사 코멘트

난장출판사 코멘트 

http://blog.naver.com/virilio73/80197832823



얼마 전 올린 포스트(코뮤니스타 소셜 클럽: <코뮤니즘이라는 이념>(2009년) 참관기)에서 언급한 대로, 오늘 9월 27~29일 ‘’코뮤니즘이라는 이념’(idea of communism)을 주제로 서울에서 열릴 국제 심포지엄 관련 기사가 <한겨레>(2013년 9월 10일자)에 실렸다. 듣던 것보다는 일정이 더 길어졌는데(10월 2일까지), 심포지엄만 따지고 보면 원래 일정 그대로이다. 아무튼 도서출판 난장에서 낸 두 책, <자본의 코뮤니즘, 우리의 코뮤니즘: 공통적인 것의 구성을 위한 에세이>(2012), <맑스 재장전: 자본주의와 코뮤니즘에 관한 대담>(2013)의 주제를 공유하는 행사인지라 여기에 퍼온다.

 

 

지제크·바디우와 함께하는 ‘철학축제’

국내외 학자 모여 국제학술대회
글로벌자본주의의 대안 등 논의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고 있는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왼쪽)와 알랭 바디우(오른쪽) 등이 참석해 공산주의, 글로벌 자본주의의 대안 등에 대해 논의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경희대와 ‘유령학파’는 10일 ‘멈춰라, 생각하라’라는 제목의 ‘철학축제’를 오는 24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서울 경희대, 복합문화공간 플래툰 쿤스트할레 등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유령학파’는 이번 행사준비를 위해 국내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과 전문가들의 모임이다.

 

이번 행사에는 슬로베니아 출신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와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 외에도 중국 신좌파의 대표 지식인으로 꼽히는 왕후이 중국 칭화대 교수를 비롯해 알레산드로 루소 이탈리아 볼로냐대 교수, 사로이 지리 인도 델리대 교수, 로잘린드 모리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펀 느게이 홍콩 폴리테크닉대 교수, 황호덕 성균관대 교수, 김항 연세대 국학연구원 인문한국(HK) 교수, 이택광 경희대 교수 등 국내외 학자 15명 정도가 참석한다. 지제크는 이번이 세번째 방한이며, 바디우는 첫 방한이다.

 

행사는 지제크, 바디우 등의 대중강연, 27~29일 세차례에 걸쳐 열리는 발표세션(컨퍼런스), 29일 전체토론(라운드테이블), 사진전시와 다큐멘터리 상영 등의 문화행사로 이루어진다. 지제크는 24~26일 사흘 동안 경희대와 플래툰 쿤스트할레 등에서 공개 강연을 하며, 29일 세션에서 ‘공산주의: 분리된 이념’이라는 주제로 발표한다. 바디우는 27일 세션에서 ‘긍정의 변증법’을 발표하며 28일에는 심보선, 진은영 시인과 함께 ‘시인들과의 대화’ 행사를 가진다. 다음달 1일에는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공개강연을 한다. 왕후이는 28일 세션에서 ‘혁명 이후의 계급과 재현의 쇠퇴’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30일 서울시립미술관 로비에서 공개강연을 한다.

 

 

주최 쪽은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공통의 생태계, 공통의 지식, 공통의 과학적 속성들, 그리고 장벽을 초월한 공통의 인간성 등 ‘공통적인 것’(the commons)을 사유화하려는 것을 막기 위한 저항이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고, 이 상태를 방치했다간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자각이 신분과 계층을 막론하고 확산되고 있다”며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지켜나가야 할 공통적인 것에 대한 논의, 개인을 구속하고 저해하는 국가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공동체를 지향하는 움직임을 이번 행사에서 북돋우고자 한다”고 밝혔다.

 

바디우와 지제크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런던, 베를린, 뉴욕 등 세개 도시에서 컨퍼런스를 열었고 서울이 네번째 행사라고 주최 쪽은 설명했다(http://theghostschool.tistory.com). 주최 쪽은 “이번 행사는 외국 철학자들의 이야기만 듣는 것이 아니고, 한국의 철학자들과 만나 한국의 현재와 미래, 현안에 대해 생각하고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선희 기자 | shan@hani.co.kr)

 

늘 그렇듯이, 간단한 코멘트 시작한다. 위 기사에는 지면관계상 이번 국제 심포지엄의 발표자/내용이 모두 다 소개가 되지는 않았는데, 이번 행사를 준비 중인 ‘유령학파’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 발품 팔 짬이 없는 분들을 위해 아래에 그 정보를 그대로 옮겨온다.

 

알랭 바디우(Alain Badiou), “긍정의 변증법”

세실 빈터(Cécile Winter), “문화혁명의 정치적 교훈”

알레산드로 루소(Alessandro Russo), “60년대와 우리”

클라우디아 포차나(Claudia Pozzana), “알튀세르와 마오: 변증법을 위한 정치 시험”

로잘린드 모리스(Rosalind Morris), “이빨과 혀 사이: 최근 태국 역사에 나타난 공통적인 것과 정치의 주체”

슬라보예 지젝(Slavoj Žižek), “공산주의: 분리된 이념”

사로이 지리(Saroj Giri), “공산주의와 형식의 질문”

왕후이(Wang Hui), “혁명 이후의 계급과 재현의 쇠퇴”

펀 느게이(Pun Ngai), “또 다른 문화혁명은 불가피하다: 아래로부터 형성된 중국 노동계급”

황호덕(Hoduk Hwang), “은유의 계단, 한국 공산주의의 고유한 (대리) 개념들”

김항(Hang Kim), “주권과 공산주의: 일본과 한국의 친위 쿠데타에 대하여”

서용순(Yongsoon Seo), “한국에서의 코뮌(Commune)의 이념: 1980년 광주의 경우”

이택광(Alex Taek-Gwang Lee), “공산주의와 공백”

루소와 왕후이는 2009년 영국 국제 심포지엄의 참가자였고, 빈터와 지리는 2010년 베를린 국제 심포지엄의 참가자였다. 당시 루소의 발표문 제목은 “문화(대)혁명이 코뮤니즘을 끝장냈는가?: 오늘날의 철학과 정치에 관한 여덟 개의 논평”이라는 제목으로 <코뮤니즘이라는 이념>(Lonodon: Verso, 2009)에 수록됐다(왕후이의 글이 이 책에 수록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왕후이는 발표자라기보다는 토론자였던 듯하다. 아니면 왕후이가 마감 시간을 못 맞췄거나). 빈터와 지리의 발표문은 “코뮤니즘의 부활: 하나의 관점,”  “코뮤니즘, 현실의 운동”이라는 제목으로 <코뮤니즘이라는 이념 2: 베를린 컨퍼런스 2010>(Paris: Nouvelles Éditions Lignes, 2011)에 수록됐다. 빈터와 루소는 나름(?!) 바디우의 최측근인데, 역시 이번에도 동참했다. 포차나, 느게이는 개인적으로 처음 들어본 인물들이다. 참고로 주최측이 ‘느게이’라고 표기한 이의 한자어 표기는 ‘潘毅’이다. 페이스북 친구들(하남석 샘, 이창휘 샘, 연광석 샘)의 조언에 따르면 (광동어로) ‘푼 (응)아이,’ 차라리 ‘판이’ 혹은 ‘반의’로 표기하는 게 더 낫다고 한다. 푼 (응)아이는 선전의 한 전자제품공장에 (위장?) 취업해 중국 공장체제의 착취관계와 여공들의 저항을 그려낸 박사논문(다음의 제목으로 영역됐다. Made in China: Woman Factory Workers in a Global Workplace), 광동 지역 여공들의 구술을 담은 공저 <打工妹>(굳이 우리말로 번역하면 ‘공순이’가 된단다) 등으로 유명한 인물이라고 한다. 문득 이 양반의 발표를 들어보고 싶어지는 대목이다.

 

▶ (맨 위) 왕후이, (아래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세실 빈터, 알레산드로 루소, 클라우디아 포차나, 로잘린드 모리스, 사로이 지리, 펀 느게이

 

내 페이스북 친구 중 한 명이 이번 서울 행사에 대해 재미있는 코멘트를 남겼다. “‘코뮤니즘 이념 컨퍼런스가 태평양을 넘어와 지젝/바디우 컨퍼런스가 됐다. 기사의 말미에도 잘 나와 있듯이 이번 행사는 2009년부터 시작된 ‘코뮤니즘이라는 이념’ 관련 국제 심포지엄/컨퍼런스의 연속이다. 그런데 행사 포스터에는 행사의 주제보다는 그 두 주인공만이 전면에 부각되고 있다. 짐작컨대, ‘코뮤니즘이라는 이념’이라는 주제로 스폰서를 모으기는 참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젝과 바디우를 전면에 내세웠을 테고, 실제로 원래보다 일정이 늘어나가면서 두 사람 개인의 행사가 많이 배치됐다. 그러니 액면으로만 보면 포스터 문구대로 ‘The Zizek/Badiou Event of Philosophy’가 맞다. 요컨대 지젝/바디우의 행사에 ‘코뮤니즘이라는 이념’ 관련 국제 심포지엄이 ‘부록’처럼 끼어든 모양새라고나 할까……. 그런데 문제는 이 외양상의 ‘부록’이 사실상 본편이며, 실제로도 ‘부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몸짓이 크다는 데 있다. 그리하여 여기서 이번 행사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 (다분히 한국적 상황을 감안한) 이런 기이한 본말 전도가 행사 자체의 문제의식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까? 그러니까 코뮤니즘이라는 이념에 대해 논의하려다가 지젝/바디우에 대한 팬덤만 충족시키는 (마치 아이돌 가수들의 쇼케이스 같은) 행사가 되지 않을까? 과연 그렇게 될지, 아니면 이런 기우가 기우였을 뿐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의 내용과 이어서) 두 번째 관전 포인트. 이 유럽발 행사(정확하게는 바디우/지젝의 수출품)가 이곳 서울에서 성공하려면 나름 그 의의를 찾아야 할 듯하다. 예를 들어, 적어도 내 생각에는, 이번 행사가‘코뮤니즘이라는 이념’의 문제의식이 한국적 상황에, 더 나아가 (동)아시아적 상황에 적절하게 융합되는 계기가 되는 것 정도가 그 의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래야 이번 행사가 또 다른 단순 이벤트에 불과하다며 코웃음 치는 일부 회의론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동)아시아측 발표자들, 특히 한국측 발표자들의 발표가 기대되는데……. 흠, (서용순의 발표만 빼고) 제목만 봐서는 잘 모르겠다. 도대체 무슨 얘기가 나올런지 말이다.

 

  

 

이 포스트의 맨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번 행사는 <자본의 코뮤니즘, 우리의 코뮤니즘: 공통적인 것의 구성을 위한 에세이>, <맑스 재장전: 자본주의와 코뮤니즘에 관한 대담>과 그 주제를 공유하고 있다.특히 ‘코뮤니즘이라는 이념’에 대해서는 <맑스 재장전>을, 함께 지켜나가야 할 것으로서의 ‘공통적인 것’에 대해서는 <자본의 코뮤니즘, 우리의 코뮤니즘>을 참조하기 바란다. 이 두 책은 각각의 주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다가간다. 즉, ‘코뮤니즘이라는 이념’이나 ‘공통적인 것’을 마냥 찬양하기보다는 (‘비판’에 대한 칸트의 어법 그대로) 그것이 존재하고 기능할 수 있는 근거/토대에 대해 철처하게 끈질기게 질문하고 또 질문한다(참고로 <맑스 재장전>을 엮은 제이슨 바커 역시 이번 서울 행사에 토론자로 참여할 예정이다). 이런 점에서 이 두 책은 이번 서울 행사의 가이드북이나 마찬가지이다. (끝)